00년대 영화를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당연 1순위로 엽기적인 그녀를 꼽는다.
엽기란 단어는 2000년대부터 인터넷 사이트에서 기괴한 동영상을 시작으로 엽기란 단어가 본격적으로 유행을 타기 시작하면서 엽기사진, 엽기토끼 마시마로, 엽기적인 그녀 등 많은 분야에 이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.
이 영화는 "견우 74"라는 필명의 작가가 자신의 연애담을 1999년 8월부터 나우누리 유머란에 연재한 것이 큰 인기를 끌어 소설과 영화로 제작되었다.
차태현이 이 영화의 출연을 결정했을 때 매니저와 소속사의 반대가 엄청나게 심했다고 한다. 이유는 당시 곽재용이 딱히 히트작도 없고, 1993년 이후로 8년 가까이 휴식기를 가지고 있어서 소위 검증이 되지 않은 한물 간 감독이라 판단해서였다고 한다. 처음 조우했을 때의 곽재용의 모습이 거의 노숙자에 가까웠다고 한다. 하지만 차태현은 시나리오를 믿고 출연을 최종 결정했다. 이것이 신의 한 수였다. 차태현 하면 대표작으로 엽기적인 그녀를 빼놓을 수없고 국민배우란 타이틀을 달게 된다.
2000년 초반의 영화인데도 전지현은 지금 봐도 청순하고 예쁘다. 불과 몇 년 전 90년대 영화 여주인공들을 보면 짙은 화장을 해 촌스러워 보이지만 전지현은 메이크업을 안 한 것처럼 옅고 자연스러운 화장으로 여신의 모습을 보여준다. 영화의 흥행이 영향을 미친 것도 있지만 이 시기가 한국 여성들의 화장법이 확 달라진 격변의 시기였다. 전지현은 영화의 흥행 후 많은 CF를 찍었고 CF퀸이란 타이틀도 얻었다.
이 영화는 개봉 6일 차에 100만 명을 돌파했고, 영화 '친구'의 기록을 깨지는 못했으나 공동 기록에는 성공했다. 개봉 2주 차 주말에도 140,500명의 관객수로 '혹성탈출'을 제치고 1위를 계속 유지했다. 위의 경쟁작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당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공세에도 불구하고 계속 1위를 지켰다. 개봉 33일 차에 400만 명을 돌파하며 친구에 이은 역대 두 번째로 빠른 400만 돌파 기록을 세웠다.
차태현은 이 영화가 흥행할 거란 기대가 없어서 출연료를 러닝 개런티로 계약을 하지 않았는데 흥행하고 나서 피눈물을 흘렸다고 한다.
영화는 전반전, 후반전, 연장전으로 나뉘고, 개통된 지 얼마 안 된 6호선과 월드컵 경기장역이 배경으로 자주 등장한다. 월드컵이 열리던 시절이라는 걸 알 수 있다.
줄거리
신도림역 주인공 견우는 술에 취해 선로 끝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전철과 부딪치려 하는 그녀를 뒤로 낚아채고 그녀를 노려보는데 이렇게 둘의 첫 만남이 시작된다. 전철 안에서 비틀거리는 그녀를 바라보던 견우는 속으로 "그녀는 제 이상형이지만 싫습니다. 어우~ 저는 술에 취한 여자는 질색입니다"라며 질색을 한다. 결국 그녀는 노인의 머리 위에 구토를 하고 쓰러지면서 견우를 "자기야~"라고 부르며 남자 친구로 지목한다. 졸지에 그녀의 남친이된 견우는 자신의 옷으로 토사물을 닦고 뒷수습을 한다. 그리고 견우는 처음 본 그녀를 집이 아닌 모텔로 데려간다. 더러워진 몸을 씻고 있는 도중 한통의 전화가 온다. 발신자는 그녀의 아버지였다. 견우는 모텔명을 알려주었고 전화가 갑자기 끊겼는데 몇 분 후 경찰이 들이닥쳐 견우를 체포하고 그는 유치장에서 하루를 보내게 된다.
며칠 뒤 그녀는 "그날 모텔방에서 뭐했냐"며 화를 내며 견우에게 전화를 했고, 역 앞에서 만나기로 한다. 아이스크림 매장에서 구구절절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. 견우는 잠시 생각에 잠겨있는 그녀를 보며 "술에 취하지 않은 그녀는 바로 제 이상형이였습니다"라며 속으로 생각한다. 그녀에게 이쁘다는 말을 하자 그녀는 너랑 사귈 맘 없다며 철벽을 친다.
어느 날 견우의 학교로 찾아온 그녀는 견우의 교수를 따로 만나 견우의 임신한 여자 친구라 설명하고 견우와 강의실 밖으로 나가게 되고, 그 엽기적인 첫 만남 이후 견우는 계속 그녀와 친구 이상 애인 이하의 만남을 유지하며 온갖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.
그녀는 툭하면 견우의 얼굴에 펀치를 날리고, 지하철에서 바닥에 낙서하는 아이에게 발길질을 하고 "죽을래?"라고 협박하기도 했다. 싫어도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만나야 하는 것도 모자라 툭하면 그녀에게 시원스럽게 구타당하는 등 여러모로 고생하게 되지만 결국 호감을 느끼게 된다. 하지만 대부분은 견우의 삽질 때문에 자업자득으로 얻어맞는 경우가 많았다. 결국 쌓일 대로 쌓여 복수를 하기 위해 일부러 술을 엄청 마시고 취한 상태에서 인천역 앞 공중전화에서 그녀에게 데리고 오라고 전화 후 잠에 들었는데 오히려 경찰서에서 깨어나는 바람에 실패했다. 감옥에서 조폭들에게 굴려지다가 데리러 온 그녀에게 펀치 5방에 싸대기 1방, 총 6대를 맞았다. 특히 두 번이나 그녀의 부모와 만났는데 여러모로 믿음직하지 못한 면 때문에 헤어지라는 소리를 듣기까지 했다.
견우와 그녀가 마지막으로 언덕 위에 타임캡슐을 묻고 헤어진 지 몇 해가 흐른 뒤 전과 달리 심신이 성장한 견우는 영국 유학을 준비하던 와중 고모와의 만남에서 뜻하지 않게 여성과 주선 자리를 갖게 된다.
그런데 그 자리에 견우와 헤어진 그녀가 나타나는데 전말은 그러했다. 사실 그녀는 전 연인과 헤어진 게 아니라 연인의 사고로 사별했던 것이며 알고 보니 전 연인은 견우 고모의 아들, 즉 견우와는 고종 사촌지간이다. 그렇게 견우는 그녀와 다시 재회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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